고향선 '연비 최강' 유럽차…한국만 오면 벌벌 떠는 까닭

입력 2015-06-26 20:54  

Car & Joy

연비 높아진 신차, 한국선 '역주행'
2013년에 기준 엄격히 적용한 탓

폭스바겐 신형 제타, L당 15.5㎞
유럽선 22.7㎞까지 나와

유엔, 기준 통합 논의 '시동'



[ 김순신 기자 ]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요즘 한국에 신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본국에서는 신모델 차의 연비가 구모델보다 더 좋게 나왔는데도 한국에서는 오히려 낮은 성적표를 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은 연비 측정 기준이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체들이 1년 전만 해도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기존 모델보다 자동차 연비를 올리기에 바빴지만 올 들어선 오히려 신차 연비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만 역주행하는 신차 연비

폭스바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신형 제타(2.0TDI)의 연비는 L당 15.5㎞다. 구모?18㎞)보다 L당 2.5㎞가 줄었을 뿐 아니라 유럽(22.7㎞)보다 7.2㎞ 낮은 수치다. 올초 과장 연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아우디도 신차 연비가 오히려 줄었다.

지난 4월 4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새로 나온 뉴 아우디 A6와 A7이 대표적 사례다. 뉴 A6 디젤(35 TDI)의 L당 연비는 14.9㎞로 이전 모델(15.9㎞)보다 낮다. 뉴 A7 디젤(50 TDI) 연비도 12.4㎞로 기존 모델 대비 0.3㎞ 줄었다. 푸조 뉴 308의 연비 역시 이전 모델보다 낮다. 기아차가 작년 8월 완전변경 모델로 내놓은 올 뉴 쏘렌토의 연비는 13.5㎞로 기존 대비 0.9㎞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사후 검증 결과를 근거로 소비자들이 소송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업체가 자진해서 연비를 축소 신고하고 있다”며 “아우디 A6나 폭스바겐 제타 등은 유럽에서 기존 모델보다 L당 2㎞ 이상 연비가 개선됐지만 한국에선 연비가 오히려 줄었다”고 전했다.

완성차업체들은 조만간 발표될 국토부의 연비 과장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 조사에서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차량 이용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후 현대차는 싼타페 이용자에게 최대 40만원씩의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같은 차 다른 연비로 소비자 혼란 가중

같은 차량 연비가 국가별로 크게 다른 이유는 측정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기존보다 강화된 복합연비를 기준으?연비 등급을 매기고 있다. 복합연비는 도심주행 연비와 고속도로주행 연비에 각각 55%,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다. 갓 출고된 신차를 3000㎞ 이상을 달려 길들인 뒤 실험실 내 차대동력기와 배출가스 분석계를 이용해 연비를 측정한다. 이때 ‘5사이클(5-Cycle)’로 불리는 실주행 여건이 적용되는데 시내, 고속도로, 고속·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조건 주행 등의 변수를 반영해 종합 산출한다. 이는 미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NEDC’라는 연비 측정 방식을 적용한다. 한국보다 고속주행 환경이 더 많은 유럽 현지 특징을 반영해 도심주행 연비(ECE15) 36.8%, 고속주행 연비(EUDC) 63.2%로 고속주행에 더 많은 가중치를 매겨 연비를 측정하고 있다. 고속주행 연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같은 차량이라도 한국보다 연비가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엄격한 연비 기준 때문에 한국에선 ‘짠물 연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 2.2 디젤 사륜구동 모델은 한국에서 복합연비가 L당 13.8㎞지만 유럽에서는 17.7㎞로 인정된다. 독일에서 고연비(L당 20.4㎞)를 자랑하는 BMW 520d의 한국 연비는 16.9㎞에 불과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측정 방식의 차이로 인해 연비 결과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현지와 국내의 연비 차이가 너무 커 소비자가 구매 결정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다른 연비 기준을 통합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201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동차기준세계포럼’에 한국 미국 일본 EU 등 33개 국가와 지역이 모여 자동차 연비 측정 기蔓?통일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유엔에서는 앞으로 저속, 중속, 중고속, 고속의 네 가지 유형으로 주행할 때의 연비 측정 기준을 각각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비 기준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PHEV 연비 기준 없어…BMW ‘i8’ 유럽보다 20㎞↓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과 동일하게 분류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PHEV의 연비 기준이 갖춰지지 않아 기존 하이브리드 기준에 따르다보니 연비가 동급 가솔린차보다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올초 선보인 PHEV인 BMW의 ‘i8’과 포르쉐의 ‘카이엔 SE 하이브리드’ 연비는 각각 L당 13.9㎞, 7.2㎞다. i8의 유럽 연비(L당 47.6㎞)와 카이엔의 유럽 연비(L당 28.5㎞)보다 각각 20㎞ 이상 낮다. 같은 차량의 연비가 이처럼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국내 PHEV 연비 측정 기준이 뒤늦게 마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PHEV 연비를 측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측정 방법을 규정하지 않아 두 차량은 하이브리드차 방식으로 연비 인증을 받았다.

정부는 올 3월에야 전기차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도심 연비 55%, 고속도로 연비 45%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측정 방법을 포함해 법을 개정했다. BMW와 포르쉐는 i8과 카이엔 SE 하이브리드의 연비 재측정에 들어갔지만 올해 말에나 두 차의 실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PHEV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취급되기는 보조금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PHEV 구매 시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하이브리드차와 동일한 100만원이다. PHEV만을 위한 보조금 규정이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규모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친환경차량(EV)시장에서 같은 보조금을 받고 가격이 비싼 PHEV를 소비자들이 살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HEV의 국내 출시는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선보인 PHEV는 i8과 카이엔 SE 하이브리드 외에 포르쉐 ‘파나메라 SE 하이브리드’ ‘918스파이더’ 등이 있다. 현대차 ‘쏘나타 PHEV’가 3분기 중 나오고 연내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PHEV’가 출시된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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